몸이 굳어가는 희귀병에 걸린 안준빈(10) 군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렇게 비명을 지른다. 3분마다 한번씩 몸이 강하게 조이는 듯 강직돼서다. 준빈이는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. 음식도 씹지 못한다. 또래 친구들은 설날이라며 한껏 들떠있지만 준빈이는 떡국 한 그릇 먹을 수 없다. 준빈이에게 설날은 그저 평소처럼 아픈 ‘하루’일 뿐이다.
어머니 김모(37) 씨는 비명을 지르는 준빈이를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. 김씨는 “몸에 쥐가 나는 것보다 몇십배는 더 아프다고 하더라”면서 “그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”며 눈물을 보였다.
준빈이가 앓고 있는 병은 부신백질이영양증. 유전질환으로 몸 안의 ‘긴사슬 지방산’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 세포를 파괴하는 희귀병이다. 발병 6개월 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고 2년 안에 식물인간이 돼 결국에는 목숨도 잃을 수 있다.
김씨는 준빈이가 병을 앓기 시작한 후 1년이 지난 2009년 7월께 남편과 이혼했다. 시댁 식구와 남편은 준빈이의 병이 조선족인 김씨로 인한 유전질환이라며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.
이혼 후 김씨는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전세 2500만원짜리 다가구주택에서 준빈이, 동생 홍빈이(5)와 살고 있다.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아동수당과 생계지원비 등 110여만원이 소득의 전부다. 하지만 한달에 준빈이가 먹어야 하는 아미노산 값 만해도 약 88만원. 세 식구가 생계를 이어가기엔 정부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. 병원 진료비용으로 쓴 1500만원도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있는 상태다.
하지만 김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. 매일 성당에 나가 준빈이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한다. 김씨는 맑고 큰 눈망울을 깜빡이는 준빈이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. “준빈이는 건강해집니다. 예전처럼 뛰놀면서 엄마 이름을 불러줄거에요. 꼭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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